지금 먹는 밀은 100년 전 밀과 다를까 — 품종 60종을 직접 비교한 연구

작성자

카테고리:

이 글의 목차 1.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2.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나 3. 글루텐은 정말 늘었을까 — 120년치를 비교한 연구 4. 더 크게 달라진 것은 제분이었습니다 5. 농약과 생장조절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6. 정리

1891~2010년 밀 품종 60종을 같은 밭에서 비교한 결과 글루텐 총량은 변화 없음, 글리아딘 약 18% 감소, 글루테닌 약 25% 증가를 보여주는 막대그래프.
밀 품종 60종 비교 — 120년간 글루텐 조성 변화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요즘 밀은 예전 밀이랑 다르대요.”

강의에서든 상담에서든 이 말을 자주 듣습니다. 대체로 이런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품종을 개량하면서 글루텐이 훨씬 많아졌고, 그래서 예전에는 없던 밀 소화 문제가 지금은 흔해졌다는 것입니다.

밀은 인류가 가장 오래 먹어온 곡물 중 하나입니다. 그런 곡물이 한 세기 만에 달라졌다면 짚어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는 직접 확인한 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통념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무엇이 실제로 달라졌나

먼저 사실인 부분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밀 품종은 분명히 바뀌었습니다.

1960년대를 지나며 전 세계 밀 재배는 반왜성(半矮性) 품종으로 크게 옮겨갔습니다. 키가 작은 품종입니다. 키를 낮춘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삭이 무거워지면 키 큰 밀은 쓰러지는데, 키가 작으면 버팁니다. 그만큼 비료를 더 주고 수확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이 전환을 주도한 인물이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이고, 흔히 녹색혁명이라 부릅니다. 수억 명분의 식량 생산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그러니 “요즘 밀은 예전 밀과 다르다”는 말 자체는 맞습니다. 품종이 바뀌었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 문장입니다. 품종이 바뀌었으니 글루텐도 늘었을 것이다 — 이건 별개의 주장이고,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글루텐은 정말 늘었을까 — 120년치를 비교한 연구

독일 라이프니츠 식품시스템생물학연구소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방법이 깔끔합니다. 189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단위로 그 시대의 주력 품종 5개씩 골라 총 60개 품종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이 60개를 같은 밭에서 같은 조건으로 함께 재배했습니다.

이 설계가 중요합니다. 옛날 밀과 지금 밀을 그냥 비교하면 토양도 기후도 다르니 무엇 때문에 차이가 났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키워야 품종 자체의 차이만 남습니다.

결과입니다.

항목 120년간 변화
단백질 총량 현대 품종이 오히려 조금 적음
글루텐 총량 변화 없음
글리아딘 약 18% 감소
글루테닌 약 25% 증가

글루텐은 크게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으로 나뉩니다. 소화 문제와 관련해 더 자주 언급되는 쪽은 글리아딘인데, 이 성분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연구진은 품종 개량으로 밀의 면역반응 유발 가능성이 달라졌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리했습니다. 오히려 단백질 조성에 더 크게 영향을 준 것은 품종이 아니라 수확기 강수량 같은 환경 조건이었습니다.

즉, “품종이 바뀌어서 글루텐이 늘었다”는 설명은 이 데이터로는 지지되지 않습니다.

밀을 먹고 불편을 겪는 분들이 실제로 계시고, 그 경험이 없는 일이라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 원인을 “요즘 밀의 글루텐이 늘어서”로 설명하는 것은 근거와 맞지 않습니다. 원인은 다른 곳을 봐야 합니다.

더 크게 달라진 것은 제분이었습니다

품종보다 훨씬 크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밀을 가루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원래 밀가루는 두 개의 큰 돌 사이에서 갈아 만들었습니다. 이 방식으로는 알갱이 전체가 그대로 가루가 됩니다. 겨도 배아도 함께 들어갑니다.

1870년대를 지나며 롤러 제분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바뀝니다. 이 방식은 알갱이를 부위별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분리했습니다.

밀알은 세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부위 들어 있는 것 정제 시
겨(bran) 식이섬유, 미네랄, B군 비타민 제거
배아(germ) 지방, 비타민 E, B군 제거
배유(endosperm) 전분, 단백질 남김

영양이 가장 몰려 있는 두 부위가 빠지고, 전분 위주의 부위만 남습니다.

왜 뺐을까요. 배아에는 지방이 들어 있고, 지방은 산패합니다. 배아를 남겨두면 밀가루가 몇 달을 못 갑니다. 겨와 배아를 걷어내면 보관 기간이 크게 늘어납니다.

유통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가 빠졌습니다.

품종 개량은 글루텐을 바꾸지 않았지만, 제분 방식은 밀가루의 영양 구성을 확실히 바꿨습니다. 밀에 관해 이야기할 때 실제로 짚어야 할 지점은 여기입니다.

정제된 곡물이 왜 다르게 작용하는지는 혈당 반응과도 이어집니다. → 같은 음식인데 왜 사람마다 혈당이 다를까

농약과 생장조절제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밀 이야기에는 재배 과정의 화학물질도 자주 함께 등장합니다. 이 부분은 사실과 과장을 나누어 읽어야 합니다.

클로르메쿼트(chlormequat) 는 실제로 존재하는 생장조절제입니다. 밀의 키를 낮춰 쓰러짐을 막는 용도로 유럽 등지에서 쓰입니다. 2024년 미국에서 진행된 파일럿 연구에서 성인 소변 검체의 상당수에서 이 물질이 검출되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 검출되었다는 것과 건강에 해를 끼쳤다는 것은 다른 층위의 이야기입니다. 검출은 노출을 뜻하고, 노출의 양과 결과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 흔히 함께 인용되는 생식 관련 우려는 동물 실험 수준의 근거입니다. 사람에게서 확인된 결과가 아닙니다
  • 해당 연구 자체가 파일럿(예비) 연구이며, 저자들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농약 노출을 줄이는 선택은 충분히 합리적입니다. 다만 그 선택의 근거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질병 인과를 끌어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는 이런 원칙을 지키려 합니다. “검출되었다”까지가 확인된 사실이면, 거기까지만 씁니다.

정리

세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1. 밀 품종은 확실히 바뀌었다. 다만 글루텐 총량은 120년간 변하지 않았고, 글리아딘은 오히려 줄었다
  2. 실제로 크게 달라진 것은 품종이 아니라 제분 방식이다. 겨와 배아가 빠지면서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가 함께 빠졌다
  3. 밀을 먹고 불편한 경험은 실재한다. 다만 그 원인을 검증되지 않은 설명으로 채우지 않는 편이 결국 도움이 된다

밀을 줄이거나 통곡물로 바꾸는 선택은 각자의 판단입니다. 다만 그 판단이 정확한 정보 위에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참고 자료

  • Leibniz-Institute for Food Systems Biology at the 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 & Leibniz Institute of Plant Genetics and Crop Plant Research. 1891~2010년 밀 품종 60종의 단백질·글루텐 조성 비교 연구 (2020년 발표)
  • Chlormequat in food and urine from adults in the United States from 2017 to 2023 (pilot study). Journal of Exposure Science & Environmental Epidemiology. 2024. doi:10.1038/s41370-024-00643-4
  • Functional Nutrition Alliance, 곡물 관련 교육 자료

이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조치는 다르므로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셀리악병이나 밀 알레르기로 진단받은 경우 식단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최종 수정일: 2026년 8월 18일

이 글을 쓴 사람

인용한 수치나 해석에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확인 후 본문을 정정하고 수정 이력을 남깁니다.  소개 · 문의하기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